[프로젝트: 아브락사스/해당화→코레 A. 아마란테] 고래몬의 옛날 이야기

커뮤/코레 A. 아마란테 2020. 8. 1.

알것지만 당화는 가족이 둘이요. 하납씨… 긍께, 할아버지랑, 개데기… "나"… 그니께, 여기선 쉬라몬. 낳아 준 양반들이 살아있긴 한디, 부모라고 하기도 참말로 거북하니 예외. 듣기론, 열두 살까진 할아버지랑 같이 살았는디, 할아버지가 고만 암이든가 큰병에 걸려가꼬, 뭍에 있는 큰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그랴요. 시간을 대충 맞춰보자며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집을 떠나구 몇 주일쯤 후에 내가 당화 놈을 만난 것이지. 십 년 전 여름이요.

내가 정신줄을 놓았다가 눈을 뜨고 보니께, 나를 끌어안고 있던 것이 열두 살 적 당화요. 배 위에서, 바닷물에 흠뻑 젖어가지구 죽을 놈맹키로 떨면서, 앞발 하나 까딱일 힘도 없던 나를 그리 꼭 끌어안고만 있던 놈. 정황을 보구 내가 물에 빠져서 꼴딱하려던 지를 구해줬다 여기는 모양인디, 실은 나한테도 고 전의 기억이 암것도 없어서, 아마 맞을 것이지만… 뭔가 석연찮은 느낌이 있다는 것이지. 아이구, 요 시답잖은 이야기는 잊어버리씨오.

여하튼 뭐다, 고렇게 당화랑 같이 살게 되었다-이것이 중요하다.  

당화는… 굳-이 비유를 하자믄, 로보트 같은 놈이었어라. 매 새벽 네 시면 칼같이 일어나서 배를 타고 나가 물일을 허구, 잡은 생선 팔고는 고 길로 학교 갔다가(학교에서 무얼 혔는지는 못 봤지마는 좋은 일 한 번 없었던 모양이요) 돌아와서는 낡어빠진 집을 고치든 채마밭을 가꾸든 닥치는 대로 일만 허다가, 여덟 시 땡 치믄 자는 거를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을 하던. 할아버지란 썩을 작자가 가르친 대로 사는 것 말곤 아무것도 혈 줄을 몰랐지. 모를 수밖에 없던 나이였지마는.

사람이 사람이랑 어울려야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울 터인디, 고 쪼그마한 섬이 지 세상의 전부였으니 오죽혔겄소. 애가 평생 모진 외로움에 지쳐 말라붙어서는, 웃을 줄도 모르구, 울 줄도 모르구, 어딜 다쳐도 아픈 티도 안 내구, 몇 날 며칠을 말을 한 마디를 안 하구(고것은 내가 말을 헐 줄을 몰랐던 것도 있응께… 항상 미안타 생각하는디.) 취미라고는 하염없이 바다만 쳐다보지 않으믄 돌쪼가리나 나무를 쪼물딱거리는 게 전부였구… 무얼 봐도 열두 살 머이마(사내아이)다운 점도 없었구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도 하나도 없었구만이라. 참말로, 누구든 딱 한 명만 고 어린 것이 고생하고 있단 거를 때맞춰 알아줬으면 되었을 터인디. 고것이… 고것이 안 되었던 것이지라. 

그래두 참 악착같이 살었소. 당화가 나이가 어렸어두 워낙에 일을 잘 하구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마는, 쉬라몬이 괴기 모으는 재주 하나는 끝내줬던 것도 천운이라면 천운이지. 쉬라몬 고것도 머리는 좋응께, 항상 만선은 아니어두(실은 만선을 만들어준 적은 있는디, 어린애 하나가 혼자 그렇게나 괴기를 잡으니 어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의심을 해가지고는…) 넉넉할 만큼 잡게 도와줬당께요. 애가 배곯고 살진 않게. 뭐 하나 나아진 것도 없지마는, 적어도 나빠질 것도 없이 살 수는 있게. 

그렇게 열여섯인가, 섬까지 사람이 찾아왔소. 그랴요, 유엔에서 온 양반들. 사 년 전의 그 당화를 당신도 알겠지마는, 내가 여태까지 설명한 것보단 좀 사람이었단 생각 들었지요? 그 양반들이 테이머 자질이 있응께 좋다고 찾아와서는 혀를 내두르며 나갔소. 뭔 놈의 애가 혼자 이렇게 살았단 말이냐, 이래갖고는 도-저히 학교에 집어넣을 수가 없것다. 그래갖고는, 그 한 달에 두 번 들으러 가는 이론 교육에다가 이것저것 교육이다 치료다 잔뜩 붙여가지고는, 두 해 동안 온갖 슨상들이 애를 사람을 맹글려고 무진 애를 썼다 아니오. 일이 하도 많아 다 말하지는 모대도 생각만 혀도 눈물이 찔끔 나고 혀요. 암튼 그렇게 늦게나마 고마운 슨상들이 도와줘서는, 결국 열여덟 살에 고 놈이 고 정도는 되었던 것이어라. 

그리고 나서, 당신두 익히 아는 사 년이 지나서… 지금 옆에서 팔자 좋게 잘 자는 놈이 된 것이요.

…이것저것 두서없이 이야기를 많이 했는디, 물론 안쓰러운 이야기것지마는… 너무 슬프게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것다는 바람이오. 그렇게 풍파를 헤치고 나와서 이제는 평범하게 잘 살고 있으니께. 당신 같은 소중한 사람도 생겼구… 아, 이것은 당화가 나한테 쭝얼거린 한 말 중에 하나기도 혀요. 언젠가 당신이 이런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하믄서. (히죽.)





(*항상 부족하기만 한 우리 애와 어울려 주셔서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다소 자극적인 불행 서사일 수 있지만, 불행을 딛고 피어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